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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로엘 법무법인 박상홍 변호사] 비좁은 도로 위 치킨 게임과 진로양보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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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주택가 내 굽이굽이 펼쳐진 골목길에서 차들이 마주 보고 달려온다. 주변을 살펴봐도 일방통행 표시가 있는 도로는 아니거니와, 갓길에 내팽개쳐지다시피 아무렇게나 주차되어 있는 차들로 인해 통행의 폭 마저 한정적이다. 도로라도 평지에 있다면 좋으련만 이런 난관이 펼쳐지는 배경은 자동차가 도미노 막대처럼 곧 밀리기라도 할 것처럼 가파르기까지 하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앞 범퍼가 겨우 맞닿지 않는 선에서 멈추지만, 이윽고 고성과 삿대질을 주고받기에 이른다. 심지어 시동을 끄고서 서로 비키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한 인고의 시간에 들어가기도 한다.

<상황 2> 이번에는 도로 위에서 차량 두 대가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앞차의 운전자는 찾던 지번이 이곳인지 저곳인지 두리번거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기다리다 못한 뒤차는 역시 앞차에 하이빔과 클랙슨을 울리고, 앞차 역시 항의의 표시로 뒤차의 길을 막아서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게 된다. 급기야는 경찰관이 출동해서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타이르는 상황이 되어서야 어느 한쪽이 길을 터 주게 된다.

위 상황과 같이 좁은 골목길 위 운전에서 누가 먼저 통행할지, 또는 누가 진로를 양보할지에 관한 사소한 입장 차이가 자존심과 감정싸움으로 불이 붙듯 번지는 장면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목격한 사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법체계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사실 막다른 도로 위에서의 운전자 간 대치 상황은 겁쟁이를 뜻하는 단어 ‘치킨’을 차용한 ‘치킨 게임(chicken game)’의 한 형태로 지칭되는데, 이는 영화에서도 자주 묘사되곤 한다. 제임스 딘 주연의 1955년작 ‘이유 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을 비롯해서, 최근에는 톰 크루즈 주연의 ‘탑 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에서도 루스터와 매버릭이 최저 고도 제한을 초과하며 수직으로 롤링 시저스를 하며 치킨 게임의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치킨 게임의 상황에서는 ‘핸들을 꺾거나, 꺾지 않거나’라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핸들을 꺾는 사람은 (자존심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어) 겁쟁이가 되어버린다. 만일 마주 보고 달려오는 자동차가 모두 핸들을 꺾지 않는다면 최악의 결과인 충돌(과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언뜻 보기에는 ‘죄수의 딜레마’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명백한 우월 전략이 존재하지 않고 상대의 행동에 따라 나의 합리적 행동도 달라지게 된다.

즉 ‘1번 운전자가 핸들을 꺾을 때, 2번 운전자가 핸들을 꺾지 않는 경우’, 또는 반대로 ‘2번 운전자가 핸들을 꺾을 때, 1번 운전자가 핸들을 꺾지 않는 경우’가 각자의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것이다. 게임이론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경쟁자의 대응에 따라 각자 제일 합리적 선택을 했을 때 서로가 자신의 선택을 더 바꿀 필요를 느끼지 않는 상태에 도달한 상황을 의미하는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이럴 경우 법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어떤 운전자가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핸들을 꺾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1961년 제정된 이후 도로교통법에서는 <상황 2> 에 대한 해결책은 어느 정도 제시해 오고 있었다. 긴급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차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우선순위상 앞순위의 차가 뒤를 따라오는 때에는 물론이고, 같은 우선순위 또는 뒷순위의 차가 따라오는 경우 그 따라오는 차보다 계속하여 느린 속도로 가고자 하는 경우에도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 2005. 5. 31. 의 개정에서는 좁은 도로에서 긴급자동차 외의 자동차가 서로 마주 보고 진행하는 <상황 1> 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였는데, 비탈진 좁은 도로에서는 올라가는 자동차가, 그 외의 좁은 도로에서는 사람을 태우거나 물건을 싣지 않은 빈 자동차가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고 입법하였다. 나아가 2009. 12. 29. 의 개정에서는 차마의 최고속도에 따라 상호 간의 통행 우선순위를 정해 후순위 차량에게 일률적으로 진로양보의무를 부과하던 것을 긴급자동차를 제외한 차량이 운전상황에 따라 뒤차보다 느리게 가고자 하는 경우에도 진로를 양보하도록 함으로써 <상황 2>에 대한 해결책을 보완하였다.

아울러 무리한 강경책은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이러한 사실을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학습시킴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양보의 미덕이 대접받는 분위기를 만들어 효율적인 갈등 해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또한 법치주의에서 마땅한 법의 역할일 것이다.

이에 긴급자동차나 교통정리가 없는 교차로에서 우선통행권이 있는 차량에게 양보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형사·행정상의 제재처분이 부과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양보운전을 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경우에 대해서는 교통사고 발생 시의 일반 원칙을 따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산정함에 있어 통상 10%p 정도의 과실비율을 가중하는 것이 실 무례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법 없이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갈등이 사그라드는 상황이다. 법이 개입하기에 앞서 도로 위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친 운전자에게 영혼이 담긴 클랙슨 소리를 내지르기보다는 양보와 배려의 미덕으로 무사히 좁은 길을 빠져나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운전의 고수이자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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