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그루밍 처벌의 사각지대와 사법적 입증 책임의 한계
디지털 매체의 고도화는 성범죄의 양상과 사법부의 대응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협박을 수반했다면, 최근 법조계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는 사안은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하는 '온라인그루밍'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의2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거나 성적 행위를 유인·매개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적 공방이 벌어진다. 가해자의 내심에 존재하는 '성적 착취 목적'을 객관적인 증거로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그리고 단순한 친밀감 형성과 범죄적 유인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수사기관의 엄벌주의 기조 속에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행위의 위험성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해 기소유예나 무죄가 선고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에서 확인되는 포인트는 행위자의 주관적 목적이 대화 내용, 플랫폼의 특성, 피해자의 연령과 심리 상태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추단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초기 단계의 온라인그루밍은 성적인 단어나 직접적인 요구를 철저히 은폐한 채 일상적인 고민 상담이나 게임 아이템, 기프티콘 제공 등 경제적 지원의 형태로 나타난다. 법원이 범죄 성립을 판단할 때 단순히 표현의 외형만을 보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수직적으로 종속되어 가는 과정 전체를 유기적으로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벌의 관건은 가해자가 보낸 메시지의 지속성과 반복성, 그것이 아동·청소년에게 미친 심리적 지배력의 깊이를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 단발성 대화나 통상적인 호의 표시만으로는 형사처벌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처벌하기 어렵다. 반면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한 대화에서 피해자의 거부 의사를 무력화하거나 비밀 유지를 강요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사법부는 이를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명백히 성적 착취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 처벌 범위를 넓혀 적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등에서 검사로 재직했던 로엘 법무법인 안제홍 파트너 변호사는 “온라인그루밍 사건의 핵심은 메신저 대화방의 파편화된 대화 속에서 범죄의 고의성을 유기적으로 입증해 내는 소송 기술에 있다. 가해자들은 대개 '친분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준 것뿐'이라며 범의를 부인하지만 수사기관은 대화의 맥락적 타임라인을 바탕으로 혐의를 구성하기 때문에 양측의 증거 해석 능력이 법정에서 치열하게 맞붙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제홍 파트너 변호사는 “이른바 '그루밍' 범죄는 초기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을 확보하는 단계부터 법적 쟁점이 발생한다.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익명성 플랫폼의 특성상 수사기관은 증거 인멸 전 신속한 압수수색을 시도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의자의 방어권과 과잉수사 금지의 원칙이 충돌하기도 하는 것이다. 메신저 캡처본과 로그 기록의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한편, 대화 내용이 실제 아동청소년법상 성적 착취 목적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객관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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