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원예

가족 간 명의도용대출, 친족상도례라는 면죄부가 무력화되는 실전 법리

금융 시스템의 전면적인 비대면화는 금융 편의성을 극대화했으나, 역설적으로 명의도용대출 범죄가 암약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 과거 대면 확인이 필수적이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스마트폰과 신분증 사진, 인증서만으로 수억 원대의 비대면 대출이 몇 분 만에 승인된다. 이러한 기술적 허점은 범죄 주체를 외부 사기 조직에서 가장 가까운 주변인으로 확장시켰다. 특히 부모, 자녀, 배우자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는 '가족 간 명의도용대출' 실태는 매우 심각하며, 피해자는 금전적 파탄과 정서적 배신감이라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다.

가족 간 재산 범죄에서 흔히 언급되는 개념이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다. 형법 제328조 및 제344조에 규정된 이 제도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간에 발생한 절도나 사기 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한 특례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족 간 명의도용대출도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거나 흐지부지될 것이라 안일하게 판단한다. 그러나 금융 범죄 영역에서 친족상도례를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위험한 오산이다.

대법원은 친족 간 사기 범죄에서 기망을 당한 피해자와 재산상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다를 경우, 두 피해자 모두와 친족 관계가 성립해야만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 가족 명의를 도용한 비대면 대출은 외견상 가족을 속인 듯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기관'을 기망해 대출금을 편취한 사기 행위다. 즉, 사기죄의 직접적 피해자는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이 되므로, 범죄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친족 관계가 없는 한 친족상도례에 따른 형 면제 특례는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부정한 명령을 입력해 이익을 취득하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형법 제347조의2)'가 적용되면 사법부의 단죄 의지는 더욱 강해진다.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타인의 신분증을 촬영해 인증하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행위는 사기죄 외에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주민등록법 위반 등 여러 중범죄가 경합한다. 따라서 친족상도례라는 방패 뒤로 숨으려는 시도는 현대 법리 앞에서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민사적 이행 책임이다. 금융기관은 계약서상 명의자를 기준으로 채무 이행을 독촉하며, 피해자가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자산 압류나 신용불량자 전락 등 불이익이 즉각 발생한다. 특히 금융기관은 명의자가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표현대리(表見代理) 책임을 주장하거나, 사후에 채무를 일부 변제한 행위를 범죄의 추인으로 해석해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따라서 피해자는 대출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고, 신분증을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용 인지 즉시 대출 실행 IP 주소, 접속 기기의 Mac 주소, 당시 본인의 동선과 통화 내역 등을 수집해 법원에 제출해야 금융기관의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가족 간 명의도용대출은 감정적 대응으로 시간을 지체할수록 피해자가 채무를 떠안을 확률이 높아지는 까다로운 영역이다. 법률 전문가의 정밀한 초동 대처가 성패를 가른다”라며 “수사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명의도용 범죄의 실체를 규명하고 사기 혐의를 입증해 내는 형사적 대응이 선행되어야만 금융기관의 민사적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관련 구성원

목록

관련 사건사례

MORE

관련 구성원

MORE
온라인상담신청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상세한 내용은 아래의 문의를 통해 전달해주세요.

빠른상담 접수

로엘 법무법인이
함께 고민하고 대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