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찾아온 사람을 위협했다면, 정당행위일까

COLUMN · 형사

작성 2026. 10. 20. | 로엘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

집에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겁이 나 손에 잡히는 물건을 들고 맞섰는데, 나중에 내가 특수협박 피의자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공격을 받았다는 사정이 처벌을 막아 주는지가 핵심 질문입니다.

대법원은 2026년 6월, 집에 찾아와 폭행한 친척에게 부엌칼을 들고 맞선 여성의 특수협박 유죄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로 정당행위가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을 살펴봅니다.

Q. 집에 찾아와 폭행하는 사람에게 칼을 들고 맞서면 특수협박으로 처벌되나요?

흉기를 들고 위협하면 특수협박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인정되면 벌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12616 판결은 계속되는 폭력과 가위 위협에 맞서 부엌칼을 든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크다며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다만 환송 후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고, 정당행위 여부는 상황 전체에 따라 달라집니다.

집에 찾아와 때린 친척에게 부엌칼을 든 사건

이 사건의 피고인은 30대 여성으로, 과거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린 일에 화가 난 70대 친척이 집에 찾아와 기다리다가 퇴근한 피고인을 현관에서 바로 때렸습니다. 서로 맞붙은 싸움을 동거 가족이 말렸지만, 상대는 서랍을 던져 손가락에 약 3주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히고 다시 얼굴을 때린 뒤 가위를 들고 위협했습니다.

피고인은 부엌칼을 들고 맞서며 대치하다 직접 112에 신고했습니다. 1심은 피고인에게 특수협박으로 벌금 300만 원을, 상대방에게는 상해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은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칼을 들고 한 말이 특수협박이 되는 구조

위험한 물건을 들고 사람을 협박하면 「형법」 제284조의 특수협박죄가 되고,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단순 협박(제283조 제1항)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같은 조 제3항은 특수협박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 항소심도 상대방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정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했을 뿐 유죄 판단은 유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로 다투게 되는 것은 위법성 조각사유이고, 대표적인 것이 정당방위와 정당행위입니다.

구분정당방위(제21조)정당행위(제20조)
핵심 기준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
이 사건항소심: 수단의 상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배척
대법원: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크다

대법원이 정당행위를 판단한 방식

대법원은 정당행위의 다섯 요건을 하나씩 잘라 보지 않고 하나의 행위로 종합 평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섯 요건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법익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이며, 대법원이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등에서 밝혀 온 기준입니다.

긴급성과 보충성은 다른 실효성 있는 적법한 수단이 없다는 뜻일 뿐, 법적 수단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6527 판결,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등 참조).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도 그 행위를 권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처벌할 정도의 위법성이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습니다(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상대가 예고 없이 찾아와 폭력을 계속했고 가위로 생명까지 위협한 점, 다툼의 근원적 책임이 상대에게 더 큰 점, 피고인의 피해가 더 중한 점, 피고인이 스스로 112에 신고하고 추가로 위협하지 않은 점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부당한 공격에 맞선 수동적·소극적 차원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상황으로 입건됐다면 확인할 것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갈린 지점은 칼을 든 장면만 보았는지, 그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상황 전체를 보았는지입니다. 항소심은 상대의 유형력이 행동의 자유를 억압할 정도는 아니었고 화가 나서 그랬다는 수사 단계 진술 등을 근거로 상당성을 부정했지만, 대법원은 일련의 구체적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필자가 폭행·협박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먼저 맞았는데 왜 나까지 입건되느냐며 억울함만 이야기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정당행위를 다투려면 누가 먼저, 어떤 순서로 공격했는지와 신고 경위, 상해 진단서, 현장 사진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수사 단계 진술은 감정보다 당시 느낀 위협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대법원도 칼을 든 행위 자체는 위험성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은 무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다시 심리하라는 파기환송이므로, 흉기를 드는 행위가 일반적으로 허용된다는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맞대응 폭행의 정당방위 기준은 맞고 때렸는데 왜 저도 입건되나요, 특수협박의 구성요건은 총을 보여주기만 해도 협박이 되는가에서 다루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위험한 물건으로 협박하면 특수협박이 되고, 상대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공소 제기가 막히지 않습니다. 둘째, 정당행위 요건은 칼을 든 순간만이 아니라 상황 전체로 종합 평가됩니다. 셋째, 이 사건은 파기환송 판결로 최종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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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4도12616 판결(파기환송) / 인천지방법원 2024. 7. 18. 선고 2023노3286 판결 / 인천지방법원 2023. 8. 10. 선고 2023고단3471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6527 판결 /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680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0조·제21조·제283조·제284조 [법률 제22007호, 시행 2026. 10. 2.] — 국가법령정보센터
· 같은 날 발행 칼럼: 공무원 육아휴직, 12세 자녀까지 이미 시행 중

남채은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 수원 근무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이혼 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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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인천지방법원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고, 당사자 신상과 가족 간 다툼의 세부, 발언 원문은 적지 않았습니다. 인용한 대법원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이며 환송 후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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