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감정결과, 유죄 증거가 되는 조건
COLUMN · 형사 증거
작성 2026. 10. 19. | 로엘법무법인 안광휘 변호사
성범죄 재판에서 DNA 감정결과가 나오면 사건이 끝났다고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감정결과 자체보다 그 감정의 대상이 된 증거물이 어떻게 채취되고 보관되었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5월, 1심 무죄를 뒤집고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DNA 감정결과의 증명력 심리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파기했습니다. 과학적 증거가 유죄의 근거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항소심은 언제 1심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지 이 판결로 정리합니다.
Q. DNA 감정결과가 있으면 성범죄 유죄가 인정되나요? 감정결과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6도4423 판결은 DNA 감정 같은 과학적 증거가 사실인정에 상당한 구속력을 가지려면 공인된 표준 기법으로 분석되었을 뿐 아니라, 증거물의 채취·보관·분석 전 과정에서 동일성이 인정되고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으로, 최종 결론은 환송심에서 정해집니다. |
1심 무죄와 항소심 유죄를 가른 바지 한 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2021년 8월 차량 안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다퉜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어떤 바지를 입고 있었는지를 두고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렸고, 이는 강제성과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 약 한 달 뒤 바지 사진을 수사기관에 냈지만, 바지 실물은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뒤인 2024년 1월에야 검찰에 제출되었습니다. 1심은 2025년 2월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가 항소한 뒤 원심에서 대검찰청이 바지를 감정했고, 바지 안쪽 솔기 부위에서 피고인의 Y염색체 DNA형이 검출되었습니다. 원심(광주고등법원)은 이를 근거로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해 광주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항소심이 1심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경우
항소심이 1심의 사실인정을 뒤집으려면 1심 판단을 그대로 두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항소심에서 심증에 영향을 줄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나야 합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을 사후심적 요소가 섞인 속심으로 보고,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과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의 법리를 이번에도 확인했습니다.
범죄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합니다(「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제308조). 이 사건 원심에서 새로 조사된 증거는 피해자에 대한 2차 증인신문과 대검찰청 감정서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2차 증인신문에 따른 원심의 심증은 존중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감정서를 쉽게 유죄 증거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DNA 감정결과가 유죄 증거로 힘을 가지려면
과학적 증거는 전제가 되는 사실이 모두 진실로 입증되고 오류 가능성이 없거나 극히 작을 때에만 법관의 사실인정을 상당한 정도로 구속합니다. 이 기준은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에서 제시되었고, 대법원은 그 증거가 유일하거나 유력할수록 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요건과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요건 |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점 |
|---|---|
| 보관 과정의 동일성 | 2년 넘게 수사기관 밖에서 보관 보관·늦은 제출 경위에 대한 진술·심리 없음 |
| 조작·훼손·첨가 없음 | 바지 겉면 12곳에서 불상 남성 DNA 검출 피고인 DNA는 안쪽 1곳에서만 검출 |
| 반대증거와의 관계 | 사진 속 바지가 당시 출퇴근 때 바지가 아닌 것 같다는 동료 진술 검사의 추가 증명과 원심의 추가 심리 필요 |
대법원은 이런 사정에 비추어 바지의 보관 과정에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객관적으로 담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도 원심이 전제사실을 심리하지 않고 감정결과를 유죄 증거로 더한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과학적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피해자와 피고인이 각각 짚어 볼 지점
이 판결은 피고인의 무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감정서의 증명력을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낸 것입니다. 대법원은 감정서를 빼고도 원심에서 추가된 증거조사 결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피해자 쪽에서 볼 대목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초동수사에서 증거품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고, 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증거물은 가능한 한 일찍 수사기관에 넘겨 보관 경위를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피고인 쪽이라면 감정결과의 수치보다 증거물이 언제, 누구의 손에서, 어떤 상태로 보관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필자가 형사 사건을 수행하며 보면, 감정서 결론에만 매달리다 보관 경위와 다른 DNA 검출 여부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혐의 초기 대응은 강제추행 혐의를 받았을 때 확인할 것에서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DNA 감정결과도 채취·보관·분석 전 과정의 동일성이 담보되어야 유죄 증거로서 힘을 가집니다. 둘째, 항소심이 1심 무죄를 뒤집으려면 1심 판단 유지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새 객관적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이 판결은 파기환송이어서 이 사건의 최종 결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감정서나 증거물의 증명력이 문제 되는 사건인가요? 증거물의 제출 시점, 보관 경위, 감정서 내용을 정리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6도4423 판결 /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1902 판결 /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 대법원 1996. 12. 6. 선고 96도2461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307조·제308조·제364조 [법률 제22009호, 시행 2026. 10. 2.] / 「형법」 제297조 [법률 제22007호, 시행 2026. 10. 2.]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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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실관계는 대법원 판결문의 범위로만 서술했습니다. 인용한 판결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으로, 유무죄 등 최종 결론은 환송심에서 정해집니다. 당사자 신상과 사건 세부는 기재하지 않았으며, 본 칼럼은 해당 사건의 수임과 무관합니다. 개별 사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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