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했을 뿐인데 왜 공범이 되나
COLUMN · 형사
작성 2026. 9. 4. | 로엘법무법인 김형철 변호사
전세사기 사건의 수사가 넓어지면 출석 요구를 받는 사람이 임대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대가를 받고 명의만 빌려준 사람에게도 연락이 갑니다. 그 자리에서 나오는 말은 대개 같습니다. 나는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받아들여지는지는 진술의 강도가 아니라 계약 무렵의 정황으로 판가름됩니다. 이 글은 사기죄의 고의와 방조가 어떻게 판단되고, 공인중개사에게 어떤 제재가 따라오는지를 정리했습니다. 임차인 쪽 절차는 별도의 글로 두었습니다.
Q. 전세사기 사건에서 중개만 했는데도 공범이 될 수 있나요? 정범의 범행을 미필적으로라도 알면서 이를 쉽게 해 주었다면 방조범이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2도649 판결은 방조범에게 요구되는 고의가 범죄의 구체적 내용까지 인식할 것을 요하지 않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고의는 내심의 사실이어서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입증할 수밖에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
몰랐다는 말은 정황으로 검증됩니다
방조에서는 범행의 전모를 알았는지가 기준이 아닙니다. 위 2022도649 판결은 방조행위를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의 모든 행위로 보고, 범행 결의를 강화하는 무형적 방조도 포함된다고 했습니다.
반대 방향의 기준도 있습니다.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은 편취의 범의를 재력과 환경, 거래의 이행과정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성립 여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보증금이 결과적으로 반환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정범과 방조, 그리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자리
관여했더라도 적용 조문에 따라 형의 폭이 달라집니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하고, 제32조는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되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합니다.
| 구분 | 인정에 필요한 것 | 형 |
|---|---|---|
| 사기 공동정범 | 기망 범행을 공동 실행 (제30조) | 각자를 정범으로 처벌 |
| 사기방조 (종범) | 정범의 범행을 알고 용이하게 함 (제32조) | 정범의 형보다 감경 |
|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때 | 미필적 인식조차 증명되지 않는 경우 | 증명의 정도에 따라 판단 |
임대인이 아니라는 사정도 결론을 정해 주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도4777 판결은 임대인을 대리해 계약한 임대관리업체 관계자들에게, 업체가 반환을 책임진다는 특약을 한 이상 업체의 반환 의사와 능력은 임차인의 계약 결정을 좌우하는 전제여서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이 기망행위라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액수가 묶이는 방식도 오해가 잦습니다. 대법원 2023. 12. 21. 선고 2023도13514 판결은 다수의 피해자를 각각 기망한 경우 피해자별로 독립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했습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형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이득액에 따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더해지는 구조는 별도의 칼럼에 있습니다.
공인중개사에게는 형사처벌 뒤에 자격 문제가 남습니다
공인중개사는 형이 확정되면 자격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5조 제1항 제4호는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 제347조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를 포함한다)을 선고받은 경우 자격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 문제 되는 행위 | 형사 벌칙 | 자격·등록 제재 |
|---|---|---|
| 거래상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된 언행 |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소속은 자격정지 6개월, 개업은 등록취소 가능 |
| 자격증·등록증 양도 또는 대여 |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자격취소·등록취소 (필요적) |
| 사기죄로 금고 이상 (집행유예 포함) | 「형법」 제347조에 따른 형 | 자격취소 (필요적) |
표의 근거는 차례대로 제33조 제1항 제4호·제49조 제1항 제10호·제36조 제1항 제7호·제38조 제2항 제9호, 제7조 제1항·제19조 제1항·제49조 제1항 제1호·제7호·제35조 제1항 제2호·제38조 제1항 제6호, 제35조 제1항 제4호입니다. 취소되면 제10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3년간 등록이 막힙니다.
확인·설명 기록은 여기서 성격이 바뀝니다. 같은 법 제25조 제1항은 중개 완성 전에 권리관계와 법령상 제한사항을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하도록 하고, 제3항은 확인·설명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교부·보존하도록 합니다. 이를 어기면 제36조 제1항 제3호의 자격정지 사유가 되지만, 그 서면이 남아 있다면 무엇을 확인해 무엇을 설명했는지가 드러납니다. 기록을 살피다 보면 이 한 장의 유무가 설명의 출발점을 바꾸곤 합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적용되는 조문은 따로 있습니다
명의를 빌려준 행위 자체에 별도의 처벌 규정이 있고, 사기죄 성립은 그와 나란히 판단됩니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를 금지하고, 제7조 제2항은 위반한 명의수탁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울산지방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노800 판결은 허위 임대차계약서로 은행의 전세자금대출금을 편취한 사안에서 명의를 빌려준 피고인에게 위 제7조 제2항과 함께 「형법」 제347조 제1항·제30조를 적용했습니다. 여기서 얻은 이익이 적었다는 사정은 성립을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라 양형에서 참작되는 사정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조사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자료를 남겨 두는 것입니다. 확인·설명서와 계약서 사본, 자료를 받은 경위를 알 수 있는 기록, 보수 내역, 계약 전 등기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하기 어렵습니다. 고의는 간접사실로 증명되고, 그 간접사실은 양쪽으로 작용합니다.
전세사기 사건으로 참고인·피의자 조사를 받게 되셨습니까? 계약 경위와 관여 범위, 보수 내역, 확인·설명서와 계약서 사본을 정리해 두시면 됩니다. |
참고자료
· 「형법」 제30조·제32조·제347조 [시행 2026. 3. 12., 법률 제21450호]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3조·제7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공인중개사법」 제7조·제10조·제19조·제25조·제33조·제35조·제36조·제38조·제49조 [시행 2026. 8. 28.] — 국가법령정보센터
· 이득액: 깡통전세 전세사기 처벌
· 임차인 절차: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요건
· 같은 날 발행 칼럼: 채권 소멸시효, 10년이 아닐 수 있습니다
| 김형철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형사본부) 제주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 · 민사조정위원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6조 제3항의 자격정지 세부 기준, 제25조 제3항의 확인·설명서 보존기간, 전세사기 관련 입건·처분 통계는 원문 미확인으로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25도4777은 파기환송 판결로 확정된 사건이 아니고, 울산지방법원 2024노800은 은행이 피해자인 사건입니다. 개별 사건은 관여 범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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